국민들이 나서달라, 떠나는 문 찬석 지검장

문찬석

정치영역이 검찰 영역에 너무 깊이 개입

김태봉 기자

작성 2020.08.11 20:52 수정 2020.08.15 19:21

문 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에 대해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가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적었다.


그는 "전국시대 조나라가 인재가 없어서 장평전투에서 대패하고 40만 대군이 산채로 구덩이에 묻힌 것인가"라며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한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었다"고 썼다.
 
그는 "사전에 물어봤으면 알아서 사직서를 냈을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지, 참 이런 행태의 인사가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고도 호소했다.

 

이번 인사에서 비교적 단기 경력의 검사에게 주어지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발령나자 곧바로 사직서를 낸 문찬석 검사장은 추 장관의 인사를 검찰 내부망에서 비판한지 이틀 만에 다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재차 사의를 밝히며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면서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문 검사장은 잘못된 것에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입법 예고된 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비판하며 검찰의 각성을 촉구했다.


문 지검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 장관의 행동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내놨다.  
 
그는 추 장관을 겨냥해 "'차고 넘친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 증거들이 확보됐다면 한동훈 검사장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 검사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행태를 했다는 것인데 그런 범죄자를 지금도 법무연수원에 자유로운 상태로 둘 수가 있는 것인가"라고도 물었다.  
 
문 지검장은 "역사상 최초로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을 박탈하는 위법한 장관의 지휘권이 발동됐는데 대상 사건의 실체가 없는 것 같다""이 정도면 사법 참사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장관께서는 5선 의원과 여당 대표까지 역임하신 비중 있는 정치인이시다. 이 참사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며 추 장관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2월 대검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 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한 것을 두고는 "검찰의 지휘체계가 무너져갈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라며 "그 누가 총장이었다 하더라도 같은 행태가 있었다면 저는 역시 그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문 지검장은 회의 당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전에서 비판해 논란이 됐다.

문 지검장은  "제게 좀 더 남아 있어 줄 수 없느냐며 만류하신 총장께 미안하다""일선과 직접 소통하면서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걸맞은 새로운 검찰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썼다.

 

문 지검장은 또 이번 인사에서 검사장의 꽃중앙지검장 자리에 유임된 이 지검장에 관해선 그분이 검사인가라고 반문하며 저는 검사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기수로 따져 문 지검장보다 선배다. 하지만 자신은 선배로도, 아니 같은 검사로도 여기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문 지검장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의 변에서 검사라는 호칭으로 불린다고 다 검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 문장 자체도 이 지검장을 겨냥하고 썼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지검장은 올해 2월 검사장회의에 참석해 이 지검장 면전에서 검찰총장 지시를 거부하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따져물었다. 앞서 윤 총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에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기소할 것을 3차례나 지시했다. 그런데 이 지검장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지검장 대신 차장검사 전결로 가까스로 공소장을 법원에 접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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