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혈관, 코로나19 피해 줄인다

코로나19 감염, 어린이 환자 비율 극히 낮아

코로나19 감염된 내피세포, 심장 마비·뇌졸중 일으켜

호주 연구자, 내피세포 감염이 혈액 응고에 미치는 영향 분석

김태봉 기자

작성 2020.08.03 09:11 수정 2020.08.07 21:17

 

2020년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전 세계로 확산된 이래, 과학자들은 왜 어린이가 성인보다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가능성이 적은지에 주목해 왔다. 최신 연구 결과는 그 해답을 어린이의 건강한 혈관에서 찾는다.

 

코로나19 감염, 어린이 환자 비율 극히 낮아

 

7월 초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1200만 명을 훌쩍 넘겼으며 그 중 사망자 비율은 약 20%에 달한다. 그런데 전체 감염자 중 10대 이하 어린이 환자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의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 중 17세 이하 어린이는 전체의 22%를 차지하지만 코로나19 감염 환자 중 어린이 환자의 비율은 2% 미만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인 어린이 2572명 중 사망자는 단 3명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감염 환자 중 10~19세 환자의 비율은 5.5%, 0~9세 환자는 1.5% 수준으로 다른 연령대에 훨씬 낮은 수치를 보였다(71일 현재).

 

어린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과학자들은 어린이가 성인보다 바이러스에 대해 강력하고 효과적인 초기 면역 반응을 보일 가능성,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이미 면역되었을 가능성 등을 언급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점점 더 많은 연구자들이 차이의 원인을 혈관의 상태에서 찾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된 내피세포, 심장 마비·뇌졸중 일으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증 환자들은 폐, , 신장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액 응고 과정에 이상이 생겨 심장 마비나 뇌졸중과 같은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병원 소속 프랑크 루쉬츠카 심장병 전문의는 코로나19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내피세포(內皮細胞, endothelium)가 염증과 혈전 징후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피세포란 동맥·정맥·모세혈관 등 혈관, 심장 안쪽, 림프관의 안쪽 벽을 덮는 얇은 세포를 말한다. 즉 내피세포는 인체 전역에 존재한다. 혈관 가장 안쪽의 내막층을 감싸고 있는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 중 하나는 손상되거나 감염된 혈관 부위를 치유하는 것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그 기능은 점차 약해진다.

 

루쉬츠카 연구팀의 발견이 지난 4월 중순 랜싯(Lancet)에 발표된 이후, 코로나19 사망자에게서 루쉬츠카 연구팀이 관찰한 결과와 비슷한 패턴의 혈관 손상을 발견했다는 논문이 수십 편 이상 발표됐다. 내피세포 감염은 중증 혹은 치명적인 상태에 처한 코로나19 감염 사례에 대부분 관여되어 있었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중증 코로나19 감염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당뇨병, 고혈압은 내피세포를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이기 때문이다.

사진 1.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혈관을 이루는 층 중 가장 안쪽에 있는 내피에서 일어나는 세포를 감염시킨다. 출처: shutterstock

 

 호주 연구자, 내피세포 감염이 혈액 응고에 미치는 영향 분석

 

호주 멜버른 소아 캠퍼스 소속 소아혈액학자 폴 모나글은 어린이의 건강한 혈관이 성인보다 바이러스 공격에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본다. 얼마 안 되는 코로나19 어린이 환자에게서 혈관이 손상되거나 혈액이 과도하게 응고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는 점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모나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혈액 응고 과정에 관여하는 세포, 혈소판, 혈장 성분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여 과도한 혈액 응고를 일으키는 것이라 내다봤다. 혈액이 굳는 과정에는 프로트롬빈·피브리노겐 등 혈장 단백질, 혈소판 단백질 등 50종 이상의 물질이 관여되며 이들이 촘촘한 연쇄 작용을 일으켜야 비로소 혈전이 형성될 수 있다. 가령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가장 먼저 프로트롬빈 활성제(prothrombin activator)가 형성되어 프로트롬빈을 트롬빈으로 변환시키고, 트롬빈이 또 다른 단백질인 피브리노겐을 피브린으로 변환시키는 식이다. 모나글의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내피세포를 배양해 어린이의 혈장, 건강한 성인의 혈장, 혈관 관련 질환에 걸린 혈장에 각각 담그고, 감염된 세포가 세 유형의 혈장과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를 관찰할 계획이다.

 

혈장(血漿, plasma)은 혈액을 구성하는 액체 성분으로 단백질을 비롯하여 다양한 물질이 녹아 있는 용매 역할을 한다. 모나글 연구팀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혈장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가리는 표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혈장 분석으로 어린이의 혈관을 건강하게 만드는 요인을 가려낸다면 손상된 어른의 혈관을 치료하는 방법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2. 전 세계는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전 세계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가능한 모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추어 건강한 사람이든 코로나19 완치자든 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자신의 혈장을 기증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이런 노력이 근시일내에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Copyrights ⓒ 개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태봉기자 뉴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