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 빠져든 젖소는 과연 행복할까?

미래의 가상현실 세계

동물을 통한 VR실험 유의미한 결과

김태봉 기자

작성 2020.03.06 11:07 수정 2020.03.11 11:20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아득히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인공지능은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을 만들어 인간을 복속시킨다.이는 인간을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서다.

매트릭스 속 인간은 가상현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기계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연구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면 어떨까?

영화 속 황당한 상상력이 아니다.실제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한 프로젝트다.


텔레그래프, BBC,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농식품부는 농장의 젖소들에게 VR 헤드셋을 씌우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우유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VR 헤드셋을 쓴 젖소는 드넓은 초원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보다 실감나는 경험을 위해 IT 전문가는 물론 수의사와 농부까지 동원된 연구다.

그 결과는 어떨까?

우유 생산량에 있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젖소의 불안을 덜어주는 등 기분을 좋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에 연구진은 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실험을 이어나갈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 많은 농부와 과학자들은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거나 마사지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다. 최근 진행된 VR 헤드셋 착용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넓은 사육공간을 확보하기 힘든 농부들의 근심을 조금은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가상현실을 통해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발상이 처음은 아니다.오스틴 스튜어트 아이오와 주립대학 교수는 지난 2014년 제2의 가축(Second Livestock)이라는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는 좁은 우리 속 닭에게 VR 헤드셋을 씌워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도가 정말 동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까?


최근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부정적 의견 역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말 동물의 행복을 위한 기술이 아닌,인간의 이윤을 위해 거짓된 진실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


가상현실과 현실의 괴리감을 동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궁극적으로 여유롭고 편안한 사육환경을 확보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거짓된 현실이나마 동물의 스트레스 감소라는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상현실과 동물복지의 관계, 기술의 발전이 빚어낸 새로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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