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늦깍이 작가의 예술 혼

정옥선 작가

내 일기는 내 인생이고 한편의 시다

삶은 그저 삶일 뿐

입력시간 : 2019-11-06 15:06:31 , 최종수정 : 2019-11-11 23:32:50, 김태봉 기자


양구를 빛낸 팔순의 노모

 

황혼에 뜨는 별

정옥선 작가 내가 살아온 세상

 

내 일기는 내 인생이요 산문시다

삶은 그저 삶일뿐

 

 

감자 한알,고구마줄기 키우고 다듬기 어언 80여년의 지난 세월이 후회도 되련만 아플 시간조차도 내겐 사치였을 뿐이다.”

다섯 손가락 움켜쥐고 악바라기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었다. 후회는 없다 그리고 고맙다던 노모의 잔주름에는 희망이 솟아나고 있었다.

새삶의 기대와 열정이 빛나고 있다.

 

움츠러든 가을의 낙엽은 이곳 양구를 차곡차곡 접어든다. 늦깍이 산수(傘壽)를 넘어 달려온 정옥선 작가는 새롭게 솟아나는 감성의 본능을 깨우고 있었다. 비봉 전망대를 찾은 토요일 늦은 오후의 시간이었다.

 

양구 비봉 전망대

 

정옥선님의 그림전시회 및 출판 기념회가 예정되있어 양구의 비봉 전망대를 찾았다. 작고 왜소한 체구에 잔잔한 잔주름속에도 밝은 미소가 푸근하게 다가오는 인상이었다.

 

기나긴 세월의 아쉬움에 눈물지울 수 도 있겠건만 내 아픈 가슴과 혼으로 키운 어린 내 새끼들 바라기로 고난과 힘든 하루하루의 삶을 그저 잊고 살아왔다.

 

후회도 아쉬움도 길게 숨쉬기조차 어려운 삶의 주름이었다.

 

떨리는 손 부여잡고 스러내린 작은 그림이 내겐 여분의 인생의 의미요 이유가 되었다.

생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양구에서 피어나는 제2의 인생

황혼의 뒤안길은 가시밭길의 고난과 지난한 여정이었지만...(교통사고 후)

 

황혼이 빛나는 것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게 비추기 때문이다.

 




양구에서 함께 어머니 곁을 지키고있는 셋째 이연홍씨는저희 어머니는 그리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사신분이셨습니다.

아픈 상처가 가슴깊이 박혀있으면서도 우리 오남매들이 있었기에 내색하지못하고 담고 가둬가며 사셨던 삶이 어느날 칠십이 넘어서야 봇물터지듯 가두워 두었던 아픔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깊은 아픔속에 헤매이며 힘들어하시는 모습속에 난 함께 눈물을 흘려드리는 것 밖에 해드릴게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생신때 선물로 어린 손주가 사다드린 천자문 책으로 한자공부를 시작하시고 일기를 써오셨습니다.” 며 술회했다.

 

어느날 큰 아들의 환갑때 축하편지를 쓰기위해 그림을 하나 그려넣으신 것이 어머니의 첫 그림이셨고 자녀들의 칭찬에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시던중 2017년 교통사고로 6개월 넘게 병원생활을 하시던중 네가하는 시낭송은 어떤거냐고 물으시기에 바로 시 몇편을 뽑아다 드렸더니 그 동안 일기를 써오시던 감각이 있으셔서 그런지 바로 페러디를 하셔서 제게 내놓으시고 A4용지에 볼펜으로 그림을 시작하게 되셨답니다. 그림 속에 엄마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100권의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준비해 드리면서 지난해 5월 양구읍에서 하는 궁중화 강좌를 알게되어 지금까지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십니다.“고 덧붙였다.

이연홍씨는 그러면서,

저희 어머니는 손 떨림이 심하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연세가 있으셔서 궁중화의 기본인 본 뜨는 작업이 힘드셔서 직접 스케치를 하셔서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전쟁같은 삶을 사시느라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재능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사셨던 어머니께 올 가을이 저희 모녀에겐 특별한 가을이였습니다.

어머니의 그림과 일기장을 가지고 두권의 책을 만들면서 엄마의 딸이라 행복했었고, 책 박스를 그대로 가지고가 전해드렸더니 첫 말씀이 더 잘살아야겠다며 엄마를 다시살게 해줘서 고맙다하셨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셔서 지금처럼 뜨거운 제2의 삶을 살아가시길 소망합니다.“ 라고 말을 마쳤다.

 

 

정옥선 작가

19361213일 양구에서 태어나 초등교육을 마치고 중학교 입학 무렵 6.25전쟁으로 입학을 못하고 배움의 길을 접어야했다. 칠십이 넘어 천자문 공부를 독학으로 시작하고 매일 일기 형식의 글을 쓰고 있다. 2017년 교통사고이후 병상에서 그림을 시작하여 이제는 궁중화 공부를 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군에서 2018년 양록제 그림전시회에 출품과 강원일보 주최 2018년 장애인 미술 공모전에서 우수상과 입상 3점을 수상했다.

 






작품 소개

억새

 

너의 이름은 억새

이름에 걸맞는 억새야

뿌리 내리는 세월

언덕위에 자리잡고 흔들리며

 

한 계절 봄

두 계절 여름

하얀 가을엔

잡초라 하기엔 미안할 따름

 

때론 부러질 듯

때론 가장 부드럽게 휘어지며

흔들어주는 너의 손짓에

위안을 받고 엔돌핀을 얻으며

 

너의 손짓을 향해 달려가 본다.

 

뒤늦은 인생이 한 가지 배웠네. 만물에 감사함.’

-20171225일 병동에서-

 

이 시는 정옥선 작가가 글을 배우고 쓴 최초의 시형식이다.

이 밖에도 시집을 내놓으면서 내용속에는 화살같은 세월’, ‘백년도 못살면서’, ‘대통령 탄핵등 인생을 이야기하고 사회에 관한 관심까지도 시로 노래하고 있다.

 

늦깍이로 배운 궁중화는 수전증이 내력으로 이어오고 2017년 교통사고로 6개월동안 병상에 있어야하는 환경속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감동이었다!

 


정옥선 작가는 시에서도 말하고있듯 백년도 못사는 인생 참으로 화살같은 세월을 살아왔다고 회고하고 있는 모습속에서 6.25 전쟁등 격랑의 지난 세월을 보내고 제2의 인생을 꿈처럼 일궈내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딸아 이렇게 제2의 인생을 살게해주어서 고맙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에게 나를 살려주어서 오히려 고맙다고원망을 내던졌던 정옥선 님은 오래도록 양구에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하며 발길을 돌려 돌아오는 길 저녁 하늘에는 붉은 태양이 저마치 저물고 있었다.

 

노후는 쓸쓸하게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하게 사라지는 것이다저 붉은 석양처럼... “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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